미호강의 일출
- 훈격 우수
- 작가 김희숙
신비로운 새벽 물안개
그림자 같은 미루나무는 먹색이 더욱 짙어지고, 하늘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능선을 따라 아래부터 점점 붉어진다. 이내 눈 부신 해가 둥근 모습을 드러내면, 이 순간을 숨죽여 기다리던 사람들 입에서 저절로 탄식이 새어 나온다. 새벽부터 하늘을 날아가던 철새들도 이제 막 떠오른 금빛 해를 바라본다.
미호강은 금강 지류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긴 강이다. 충북 음성에서 발원해 진천, 증평, 청주, 옥산을 들렀다가 세종의 합강까지 약 90km를 흘러간다. 한낮에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보는 미호강은 그저 평범한 강의 습지이지만, 새벽 무렵의 미호강은 버드나무와 물안개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매력을 뽐낸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안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새벽 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일찍부터 모여든다.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미호강에는 1970년대까지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살았다. 미호강이 고향인 세계적인 희귀 물고기, 미호종개도 깨끗한 모래 천변에 살고 있었다. 이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그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만, 미호종개를 복원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곧 미호강에서 미호종개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