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류봉의 가을
- 훈격 우수
- 작가 이상운
여울 소리,산새 소리,풍경 소리
가파른 절벽의 바위산에도 가을이 찾아와 산이 울긋불긋하다.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는 뜻을 지닌 월류봉이다. 초강천을 따라 6개 봉우리가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져, 마치 옛 산수화가 그려진 병풍을 펼쳐놓은 듯하다.
조선 후기 주자학의 대가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은 이 월류봉이 잘 보이는 곳에 작은 정자를 짓고 학문을 연구하며 후학을 길렀다. 정자의 이름은 한천정사(충청북도 문화재자료 제28호). 월류봉의 수려한 여덟 풍광을 가리키는 ‘한천팔경’은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월류봉 주변에는 총 8.4km 길이의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월류봉광장과 반야사를 잇는 완만한 길로, 풍경이 다양해 사계절 걷기 좋다. 1구간 ‘여울소리길’은 초강천과 석천이 만나면서 물소리가 유난히 커져 귀가 즐겁다. 2구간 ‘산새소리길’은 완정 마을과 백화 마을, 우매리로 통하는 한적한 시골길로, 여름이면 포도향이 코끝을 맴돈다. 3구간 ‘풍경소리길’은 백화산과 편백 숲을 지나 반야사로 이어진다. 호랑이 형상의 돌무더기와 수령 500년이 넘는 배롱나무로 유명한 신라시대 고찰이다.
월류봉에 가려는 관광객들은 방문 시간대를 두고 고민한다. 달밤의 정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니 야경도 보고 싶고, 캠핑하는 예능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 소개된 멋진 낮 풍경도 보고 싶기 때문. 그야말로 즐거운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