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에서 떠내려온 독산
- 훈격 입선
- 작가 박범수
물에 비친 하늘 그림자
마치 거울을 갖다 댄 듯 물이 하늘과 산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산이 물 한가운데 솟아 있는 모습도 낯설지만, 산 위에 세워진 정자도 보는 이의 시선을 끈다. 이토록 신비로운 곳이라니, 대체 어디일까. 바로 충북 옥천의 보청천이다. 홀로 우뚝 선 낮은 산의 이름은 독산, 정자는 늘 봄이라는 의미의 상춘정(常春亭)이다.
7개의 보가 설치된 보청천은 하천이지만 마치 커다란 호수처럼 수면이 잔잔하다. 또 독산은 동쪽을 등지고 있어서 맑은 날이면 산과 하늘이 또렷하게 물에 비친다. 하천의 물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보 위를 걸어서 정자에 오를 수 있는데, 상춘정에 서면 옥천의 광활한 들판이 한눈에 보인다. 겨울이면 밤하늘의 은하수를 촬영하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상춘정을 향한다.
보청천 물줄기는 보은의 속리산 자락에서부터 내려와 옥천의 청산면을 지나 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때문에 독산을 두고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독산은 원래 속리산에 있었는데, 어느 해 장마로 여기까지 떠내려왔다는 것이다. 속리산의 한 주지 스님이 중을 보내 이 산은 자기들 것이라며 해마다 세금을 걷어갔다. 그러자 옥천 청산현의 현감이 “저 독산은 우리가 가져온 것이 아니고 제멋대로 온 것이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하여 그 후로는 이 마을주민들이 세금을 물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