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굽이 말티재
- 훈격 입선
- 작가 김영수
열두 번 꺾어지는 고갯길
말티재의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만큼 지나다니는 차량도 늘었다. 뱀이 좌우로 몸을 비틀어 대며 지나간 자리처럼 차도가 사정없이 구불구불하다. 몇 번이나 휘어서 구부러졌는지 세어 보면, 무려 열두 번이다! 동학터널과 갈목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이 험한 고개를 넘어야만 속리산과 법주사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이 길을 지나지 않아도 되지만, 많은 사람이 단풍 속에 180도씩 구부러지는 도로의 절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 고갯길 이름의 유래에는 두 왕이 등장한다. 고려 태조인 왕건이 고개를 넘기 위해 얇은 돌(박석)을 깔아 길을 만들었다고 해서 말티재는 한때 박석재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의 세조 역시 이 가파른 고갯길을 그냥 넘지 못했다. 가마가 넘을 수 없는 길이라 세조가 말로 갈아탔는데, 말티재라는 이름에는 말을 갈아탄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른 유래도 전해진다. 높다는 의미를 지닌 ‘마루’의 줄임말인 ‘말’과 고개를 의미하는 ‘티’, ‘재’가 합쳐져 ‘높은 고개’라는 뜻의 말티재가 됐다는 것이다. 말티재의 어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세 가지 이야기 모두 말티재 고갯길이 험준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처럼 힘들게 오른 고갯마루에서 굽어보는 단풍 든 산의 전망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2020년, 산림청은 말티재 단풍을 10월에 추천하는 ‘국유림 명품 숲’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