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의 봄
- 훈격 입선
- 작가 유재인
하늘로 이어지는 돌길을 걸으며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상당산성의 성곽길을 걷기 시작한다. 둘레길 산책은 정문 격인 공남문 누각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늘에 닿을 듯한 가파른 경사를 오르다가, 발아래 산이 내려다보이는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다. 성벽은 적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것이지만, 봄꽃이 피고 초록이 우거진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의 풍경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서문인 미호문에 도착하면 잠시 쉬었다 가자. 이곳이 청주 최고의 경치로 꼽히는 곳이다. 풍경을 눈에 담은 뒤 동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이번엔 솔향이 가득 콧속에 퍼진다. 선선한 그늘이 있는 솔숲길이다. 자연에 취해 경치만 보고 걷다가 ‘숨겨진 문(暗門)’을 놓치기 쉬운데, 적군 몰래 식량과 사람이 드나들던 두 군데의 암문도 찾아보길 바란다.
산성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공남문으로 돌아오면, 그 앞은 비탈 그대로 넓은 잔디광장이다. 『대조영』, 『태왕사신기』 등의 사극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서울 촌놈』 청주 편이 여기서 촬영되었으며, 청주시민들에게는 봄볕을 쬐며 가족과 소풍을 즐기기에 맞춤인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