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북동토성의 일몰
- 훈격 장려
- 작가 하기정
그림자는 해 질 녘에 더 짙어지고
정북동토성은 미호강 연안에 펼쳐진 평야 한가운데에 있는 높이 3.5~5.5m, 둘레 675m 규모의 정사각형 토성이다. 성의 구조나 출토 유물 등으로 미루어 2~3세기경에 축성됐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평지에 흙으로 쌓아 올린 토성의 원형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들은 종종 정북동토성을 찾아와 성밟기 하듯 토성 둘레길을 걷거나 근처 갈대밭을 산책하곤 한다. 그런데 해 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정북동토성을 찾는 방문객 숫자가 늘어난다. 노을을 배경으로 키 큰 소나무 옆에서 실루엣 사진을 찍으려고 일부러 저녁 무렵에 찾아오는 것이다.
성 둘레길 위에 소나무는 모두 다섯 그루가 심겨 있다. 남쪽 성벽 위에 네 그루가 나란히 서 있고, 동쪽 성벽 위에는 단 한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다. 정북동토성의 ‘시그니처 포토’는 이 ‘나 홀로 나무’를 배경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한 인물을 같이 찍는 것이다. 일몰이 만드는 그림자가 무척 진해서 사람을 작게 찍어도 동작을 잘 알아볼 수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이곳에서는 노을 배경의 정북동토성을 무대로 삼은 ‘실루엣 뮤지컬’이 공연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