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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론성지의 가을
배론성지의 가을
  • 훈격 입선
  • 작가 이선희

마음을 비우는 연못

화려한 단풍 속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인 제천의 배론성지이다.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라서 들어가도 되나 걱정할 수 있는데,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찾아가서 산책하며 명상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제천에서 원주로 가는 국도변에 자리한 배론성지에는 제천천의 상류인 구학천이 흐르고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특히 사진에 보이는 ‘마음을 비우는 연못’은 예쁜 가을 풍광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줄지어 촬영하는 포토존이다.
‘배론’은 배의 밑바닥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곳 지명이다. 실제로 배론성지가 들어앉은 골짜기의 지형은 배의 밑바닥과 비슷하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이 골짜기로 숨어 들어온 많은 천주교인은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워서 생계를 유지하며 신앙을 키워나갔다. 이곳에서 신유박해의 상황이 담긴 ‘황사영 백서’가 집필되었고, 우리나라 최초로 사제를 배출하기 위한 신학교가 건립되었다. 배론성지는 천주교회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도 담고 있어서 충청북도 기념물 제118호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