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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섬의 기적
시루섬의 기적
  • 훈격 입선
  • 작가 전윤진

기적의 섬

단양군을 가로지르는 남한강에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길쭉한 섬이 놓여 있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이전에는 섬의 모양이 마치 시루처럼 보였다는, 단양읍 증도리의 시루섬이다. 먼 옛날 소금을 나르는 상인들의 뱃노래가 울려 퍼지던 이 섬에는 기적 같은 사건이 전해내려온다.
때는 1972년, 태풍 베티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하루 최대 강수량이 407.5㎜를 기록한 물 폭탄급 태풍이었다. 이 태풍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은 전국에 550명이나 됐다. 당시 250여 명의 주민이 살던 시루섬에도 비가 퍼붓는 듯 내렸고, 홍수가 났다.
섬에서 유일하게 물에 잠기지 않은 것은 높이 6m, 지름 5m의 물탱크뿐이었다.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은 무려 198명. 이들은 모두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서로 팔짱을 끼고 잡아주며 밤새 14시간을 서서 버텼다. 그리고 다음 날 기적적으로 구조되었다. 하지만 인파 속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어린아이는 압박을 견디지 못해 숨을 거둔 뒤였다.
엄마는 아이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동요할까 봐 아이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이었다.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에는 주민들이 서로를 붙들었던 모습을 새긴 동판을 세워 위기 상황에서 뜻을 모아 기적을 보여준 주민들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