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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익어가는 팔도 장독
겨울밤 익어가는 팔도 장독
  • 훈격 입선
  • 작가 김영수

우당 고택의 겨울 장독대

수많은 항아리가 놓인 장독대에 흰 눈이 살포시 쌓였다. 장독은 지역의 기후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우당 고택(일명 선병국가옥, 국가민속문화재 제134호)에는 전국 8도의 장독이 모두 모여있다. 2006년 씨간장 1리터가 500만 원에 팔리면서 더욱 유명해진 보성선씨 종가의 장맛에는 350여 년의 전통과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씨간장은 햇간장을 만들 때 넣는 묵은 간장을 말하는데, 일관된 장맛과 가풍을 유지하기 위해 종부들은 대를 이어가며 장맛에 솜씨를 더했다.
대궐같이 큰 한옥을 오랜 세월 동안 지켜낸 것도 장맛을 이어온 정성과 다르지 않다. 우당 고택은 1921년에 지었으니 지나온 세월이 백 년도 넘는다. 당대 최고의 목수가 지은 아흔아홉 칸의 대궐 같은 규모를 보면 우당 선영홍이 일대에서 얼마나 부자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부잣집에는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위선최락)’이라는 가풍이 있어 대대로 길손이 들르면 먹이고 재운 뒤 노자까지 들려 보냈다고 한다. 또 전국의 인재를 모아 ‘관선정’이라는 사당에서 돈을 받지 않고 숙식을 제공하며 가르쳤다. 이 집안의 선한 인심은 주위에 가난한 사람들도 배고픔을 모른다고 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