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에서의 일주일, 나를 살리다. | |
작성자 | 오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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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법을 잘 모르고 지내왔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괴산에서의 일주일이었습니다.
머리에 원형 탈모가 생기고 아토피가 생겨도 다른 이유만 찾았습니다. 정작 내 생활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죠. 그러던 중 우연히 괴산 일주일 살기 프로젝트를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신청하는 게 맞는지 조차 주저했습니다. 괜히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신청하게 되었고 어느새 괴산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더군요. 첫날까지는 마음이 편했습니다. 짐 풀고 식사하고 씻고 잠들기까지 아주 바빴거든요. 그런다 다음날이 되자마자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주변에는 자연 뿐이었고, 해가 지면 갈 곳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과 함께 하루가 몇 배는 길게 늘어져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던 중 "내가 왜 여기 오려고 했지"하는 질문을 던져보았죠. 그래.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다니려고 온거야. 그 이후 불안한 마음이 들어도 다시 한번 생각을 돌이키며 일주일을 보내게 됐습니다. 괴산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죠. 여행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바로 '출발하기'였습니다. 산막이옛길로 떠나기 전에는 흙밭 산을 몇 키로미터나 돌아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됐고, 아쿠아리움에 가려고 했을 때는 나이 많은 내가 가도 되는 곳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오일장도 마찬가지였어요. 늘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떠나려고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돌아다닐 수 있을지 또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사실 그 고민, 필요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알던 사실을 이제야 다시 깨우쳤네요. 서울에서의 생활도 늘 그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씻기가 겁났어요. 씻는다는 것은 무언가의 준비 과정이고 그 무언가를 어찌 풀어내야 할지 미리 생각했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별다른 계획이 없는 주말이면 모든 일이 주저 되고 좀처럼 쉬지도 못했습니다. 괴산은 그런 나에게 친절히 말을 건네왔습니다. 그러기로 결정한 것이니 그냥 쉬어도 된다고 말이죠. 그렇게 불안을 품고 하루 하루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누군가의 타박이나 부담스런 요구가 없이 그냥 하루를 살면 됐거든요. 그리고 괴산의 자연을 찾아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구요.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큰 자연이 그대로 괜찮다고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괜찮아졌습니다. 늘 피로에 시달리던 며칠 전과는 달리 잠도 잘 자게 됐고, 잘 챙겨 먹어도 살이 빠지더군요. 마음의 문제였습니다. 마음은 더 큰 무언가로 치유해야만 합니다. 더 큰 사랑이나 감정 혹은 대자연과 같은 대상에게서요. 저는 괴산을 다시 찾을 생각입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평생토록 한 발자국도 내딛는 일 없었을 괴산. 지원해주신 기관과 친절히 안내해주신 담당자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얼마 전 들렀던 괴산의 명소들을 다시 찾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벌써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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